외식업 현장에서 메뉴를 줄이겠다고 말하면, 가장 먼저 돌아오는 반응은 불안이다.
“메뉴를 줄이면 손님이 빠지지 않을까요?”
“선택지가 없다고 느끼면 안 오지 않을까요?”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메뉴를 줄였더니 매출이 안정되고, 주방이 편해졌으며, 오히려 고객 만족도가 올라가는 상황 말이다. 『메뉴개발 실무론』에서 반복해서 강조하는 장면 역시 바로 이 지점이다.
메뉴가 많다는 것은 겉으로 보기엔 풍성해 보이지만, 운영의 관점에서는 복잡함이 누적된 상태다. 메뉴 하나가 늘어날 때마다 식재료 관리 포인트가 늘어나고, 조리 공정은 길어지며, 주방 동선은 엉키기 시작한다. 그 결과, 인건비와 원가는 서서히 올라가지만, 매출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메뉴를 줄여야 하는 첫 번째 신호는 바쁜데 남는 게 없을 때다. 주문은 계속 들어오고 몸은 힘든데, 통장 잔고는 늘지 않는다면 메뉴 구조를 의심해봐야 한다. 잘 팔리는 메뉴가 많다고 해서 수익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잘 팔리는 메뉴들이 주방의 병목을 만들고, 회전율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많다.
두 번째 신호는 주방이 특정 메뉴에 묶이기 시작할 때다. 주문이 몰리는 메뉴 하나 때문에 전체 흐름이 느려지고, 다른 메뉴 품질까지 흔들리는 상황이라면 이미 메뉴 구조가 과도해진 상태다. 메뉴는 많지만, 실제로 매출을 만드는 메뉴는 소수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메뉴개발 실무론』에서는 이때 필요한 작업을 ‘개발’이 아니라 정리라고 표현한다. 어떤 메뉴를 더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메뉴가 매장의 구조를 망치고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메뉴를 줄이는 일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가장 현실적인 수익 개선 전략이기도 하다.
메뉴를 줄이면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은 주방의 리듬이다. 조리 공정이 단순해지고, 인력 숙련도가 빠르게 올라가며, 품질 편차가 줄어든다. 회전율이 개선되고, 고객 대기 시간도 짧아진다. 이는 매출 상승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손익 구조를 안정시키는 기반이 된다.
중요한 점은, 메뉴를 줄인다고 해서 대표 메뉴까지 희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핵심 메뉴를 더 또렷하게 만들고, 매장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 고객은 모든 걸 파는 가게보다, 잘하는 게 분명한 가게를 더 쉽게 기억한다.
현장에서 자주 목격하는 장면 중 하나는, 메뉴를 줄이고 나서야 매출 구조가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어떤 메뉴가 실제로 돈을 벌어주고 있는지, 어떤 메뉴가 바쁠 뿐 남지 않는지를 그제야 확인하게 된다. 메뉴가 많을 때는 이 판단 자체가 어렵다.
『메뉴개발 실무론』은 메뉴 축소를 ‘후퇴’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선택의 결과라고 말한다. 메뉴를 줄이는 것은 실패를 인정하는 일이 아니라, 구조를 바로잡는 일이다. 그 선택이 늦어질수록, 매장은 더 복잡해지고 수익은 더 흐려진다.
외식업에서 메뉴는 늘릴수록 좋아지는 자산이 아니다. 관리하지 않으면 가장 먼저 부담이 되는 요소다. 메뉴를 줄여야 매출이 보이는 순간은, 매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가 아니라 정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메뉴를 줄이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때, 비로소 매장의 진짜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 저작권자 ⓒ 월간창업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강종헌 기자 ( K창업연구소 소장 ) 다른글 보기 testing@example.com# 태그 통합검색
뉴스 댓글
비회원 접속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