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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데이트 : 2025-07-26 07:42:13
강종헌의 마케팅, 처음 본 것이 기준이 된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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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를 펼치는 순간, 승부는 시작된다

손님이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여는 순간, 장사의 첫 승부가 시작된다. 그러나 많은 외식업 창업자들은 이 결정적인 순간을 지나치게 가볍게 여긴다. 메뉴판의 첫 줄이 단지 목록의 시작이 아니라, 손님 뇌 속에 기준점을 박는 ‘심리적 지렛대’라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다.

심리학에는 ‘초두 효과’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사람이 처음 접한 정보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이후 판단에 그것을 기준으로 삼는 경향을 말한다. 중요한 건, 이 기준점은 종종 논리나 실제 가치와 무관하다는 점이다.

즉, 손님이 처음 본 메뉴가 비쌀 경우 그 뒤의 메뉴는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고, 반대로 첫 메뉴가 싸면 뒤에 나오는 메뉴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이처럼 처음에 무엇을 보여주느냐가 고객의 지갑을 여는 열쇠가 된다.

01. 기준점을 세우는 뇌의 착각

소비자는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앵커(anchor)’를 설정한다. 이 앵커는 바로 메뉴판 첫 번째 항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3만 원대 고급 스테이크가 가장 위에 있으면, 1만5천 원짜리 파스타는 ‘괜찮은 가격’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약 9천 원짜리 덮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면, 같은 파스타도 ‘생각보다 비싼 음식’이 된다.

이것이 바로 초두 효과가 가격 인식의 기준을 뒤틀어버리는 방식이다. 손님의 머릿속에는 ‘첫 항목 = 기준’이라는 무의식적 인식이 작동하며, 이후의 모든 판단은 이 기준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재해석된다. 같은 파스타가 다른 맥락에서 다르게 보인다면, 우리는 메뉴를 배열하는 방식 하나로 손님의 인식을 설계할 수 있다는 뜻이다.

02. 브랜드 이미지조차 ‘첫인상’에서 시작된다

초두 효과는 가격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매장의 전체 이미지와 브랜드 신뢰도조차 첫 노출된 요소에 의해 형성된다. 입구에 있는 메뉴 입간판, 테이블에 놓인 추천메뉴 카드, 직원이 가장 먼저 언급하는 대표 메뉴…. 이 모든 첫 노출이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결정짓는다.

만약 첫 메뉴가 허술하거나, 별로 매력 없는 구성이라면 손님은 전체 매장을 “싸구려 같다”, “특색 없다”, “고민 없이 만든 집”으로 판단할 수 있다. 반대로 정성껏 디자인된 시그니처 메뉴가 첫 페이지를 장식하면 “이 집 뭔가 다르다”라는 감정이 먼저 들어온다. 한 번 심어진 인상은 강력한 고정관념이 되어 전체 경험을 왜곡하기까지 한다. 초두 효과는 메뉴가 아닌 ‘브랜드 태도’를 결정하는 출발선이기도 하다.

03. 저가부터 보여주는 실수가 매출을 깎는다

많은 초보 창업자들이 저렴한 메뉴를 먼저 보여주는 전략을 쓴다. “싼 거 먼저 보여줘야 부담 없겠지”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 전략은 종종 손님에게 ‘여긴 싼 집이구나’라는 저가 프레임을 심어준다. 그  프레임(Frame)은 이후 메뉴들을 모두 싸게 평가하게 만들고, 심지어 더 비싼 메뉴는 거들떠도 보지 않게 만든다.

‘가성비 좋은 집’이란 인식은 단골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객은 “싸다”라는 이유로 오기보다는, “돈 낸 만큼 만족스럽다”는 감정을 느껴야 재방문한다. 첫인상부터 싸구려 이미지를 주면, 다시 올 이유도 사라진다. 오히려 자신 있는 시그니처 메뉴, 마진이 남는 고급 구성부터 보여주는 것이 초두 효과를 이용한 영리한 전략이다.

첫 메뉴는 가게의 얼굴이다

장사에서 ‘처음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메뉴 순서가 아니라, 심리적 설계다. 초두 효과는 고객의 첫 시선에 기준점을 박아버리고, 이후의 인식과 평가, 심지어 감정까지 좌우한다. 이 착각은 의식적 판단이 아니라 뇌의 자동 반응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창업자가 먼저 의도적으로 통제하고 설계해야 한다.

가장 팔고 싶은 메뉴는 제일 앞에 둬라. 가장 고급스러운 인상은 첫 문장에서 전달하라. 고객의 기억은 첫 번째에서 시작되며, 고객의 지갑도 그때 열린다. 장사는 메뉴가 아니라 ‘기준점을 심는 게임’이다. 그 기준점을 내가 주도하지 않으면, 손님의 착각은 결코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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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헌 기자 ( K창업연구소 소장 ) 다른글 보기 bizide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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