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내부는 맛과 서비스가 평가되는 곳이지만, 거리에서는 ‘첫인상’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당신의 가게를 지나친 수많은 고객 중, 실제로 내부까지 들어온 손님은 몇 명일까? 혹시 이런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그냥 지나쳤어요.”
“여기 맛집이라던데, 그냥 지나쳐서 못 봤어요.”
“처음엔 뭔 가게인지 몰랐어요.”
“너무 작아서 눈에 안 들어오더라고요.”

이 말들은 창업자가 반드시 귀 기울여야 할 현장의 피드백이다. 아무리 맛이 좋아도, 내부가 멋져도…. 들어오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 장사의 성패는 “문 앞 이전”. 즉 거리에서 이미 절반 이상 결정된다.

▍행동경제학으로 보는 ‘거리에서의 전투’

행동경제학(行動經濟學)에서는 사람들이 외부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고 의사결정을 하는지를 분석한다. 고객은 거리를 걸으며 ‘무의식적 선택’을 한다. 이 무의식적 선택의 핵심은 가장 눈에 띄는 것을 잠깐 보고, 그 안에서 의미를 유추해 행동한다.

이때 중요한 개념이 바로 ‘인지적 절약(Cognitive Ease)’이다. 인지적 절약이란 어떤 정보나 생각을 처리할 때 뇌가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사람은 생각보다 ‘깊이 생각’하는 걸 싫어한다. 쉬운 정보, 빠르게 이해되는 정보에 더 끌린다. 그래서 고객은 거리에서 보자마자 이해되는 가게를 선택한다.

▍실전 적용

01. ‘여기 뭐 파는 곳이지?’가 없게 하라

가게 외관을 보고 고객이 가장 먼저 판단해야 할 것은 단 하나다.

“이 가게가 뭘 파는 곳인지 단 1초 만에 알 수 있는가?”

예를 들어, 신세계 365, 매장 설명 없음, 내부 어두움, 통유리지만 메뉴판 없음. 이 경우, 고객은 “이게 무슨 가게지?”라는 인지적 부담을 느끼고 곧장 걸음을 옮긴다.

겉바속촉 닭강정, 닭강정 사진과 가격 명시, 테이크아웃 가능 강조. 이 경우, 고객은 “아, 닭강정 파는 곳이네. 바로 사갈 수 있겠네”라는 생각이 1초 만에 든다.

02. ‘거리형 시그니처’를 만들어라

대형 프랜차이즈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시그니처’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스타벅스 : 초록 원형 로고 + 카페톤 인테리어
맥도날드 : 노란색 M 마크
파리바게뜨 : 파란 간판 + 진열된 빵

이들은 모두 거리에서부터 고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개인 가게라도 마찬가지다. “저거, 저 집이구나” 하고 인식될 수 있는 색, 구조, 오브제, 소리 등을 고민해야 한다.

노란색, 주황색 등 식욕 자극 색상 활용.
가게 앞에 독특한 조형물 or 대형 모형.
고기 굽는 소리, 빵 굽는 향 퍼지도록 설계.
5m 전방에서도 읽히는 문구 만들기.

03. 골목 가게는 ‘앵글’을 디자인하라

가게가 메인 도로변에 없다면, 앵글(angle) 싸움이다. 어떤 각도에서 가게가 ‘얼마나 보이는가’가 관건이다.

입구 앞에 A형 입간판으로 방향 유도.
벽면이나 기둥에 “→ 치즈 돈가스, 15m 앞”.
바닥 스티커, 조명으로 시선 유도.

특히 아파트 상가, 푸드스트리트 뒷골목, 지하상가에 있는 가게일수록 ‘거리 시야 확보’를 위한 장치가 절실하다.

04. ‘저녁’은 조명이 장사한다

낮에는 간판과 외관이 전부지만, 밤이 되면 ‘조명’이 판도를 바꾼다. 많은 자영업자가 놓치는 포인트 중 하나다. 조명이 좋은 가게는 어두운 골목에서도 빛난다. 조명이 따뜻하면 ‘들어가고 싶은’ 분위기를 만든다. 조명 각도, 밝기, 색온도까지 신경 써야 한다.

3000K~3500K의 따뜻한 노란 조명 = 가장 효과적.
외부 벽간판 말고, 입구 위 간접 조명 설치.
메뉴판은 밝게, 주변은 어둡게 = 집중 유도.

▍거리 마케팅은 ‘심리 설계’다

길거리는 단순한 통행 공간이 아니다. 고객의 무의식이 작동하는 심리 공간이다.

“거리에서 어떤 감정을 유발하는가?”
“어떤 시선을 끌 수 있는가?”
“어떻게 빠르게 이해되게 할 것인가?”

이 모든 것이, 장사의 성패를 좌우한다. 가게 내부는 음식이 결정하지만, 그 내부로 들어오기 전까지의 선택은 전부 거리에서 일어난다.

당신의 가게는, 지금 거리에서 어떤 말로 사람을 부르고 있는가? 거리에 당신이 없는 것처럼 보여선 안 된다. 거리에서 승부를 본 사람만이, 내부의 경쟁력을 증명할 기회를 얻는다.

< 저작권자 ⓒ 월간창업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