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시 매월 적자가 나고, 앞으로도 발전할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사업을 계속하는 경우가 있다. 지금까지 투자된 권리금, 시설비 등의 비용이 아까워 은행대출을 받아 지속하다가 더 큰 손실로 이어진다.
어떠한 행위가 손실이나 실패로 이어질 것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투자했던 것이 아까워 그만두지 못하는 현상을 '매몰비용의 오류(Sunk Cost Fallacy)'라고 한다. 매몰비용은 이미 지불하고 난 뒤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다. 다른 말로 콩코드 효과(Concorde effect)라고도 불린다.
콩코드 효과는 '콩코드(Concorde) 비행기'의 실패 사례에서 유래된 말이다.
1969년 프랑스와 영국은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를 공동으로 개발해 콩코드 비행기가 1976년부터 상업 비행을 시작했다. 콩코드는 당시 미국의 보잉 여객기보다 2배 이상 빨랐다. 파리 뉴욕 간 비행시간을 종전 7시간에서 3시간대로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하지만 개발초기부터 높은 생산비, 기체 결함, 소음과 연료소비량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었다.
오랜 기간 투자해왔던 비용이 아까워 계속해서 투자를 이어갔다. 총 190억 달러(20조 2300억)를 쏟아부은 끝에 2003년 4월에서야 운행을 중지했다.
콩코드의 실패는 결국 '콩코드 효과' 혹은 '콩코드 오류'라고 불리게 됐다. 소위 '매몰 비용'이 아까워 잘못된 판단을 이어가는 경우다.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H. 탈러(Richard H. Thaler)는 이 같은 심리적 착시 현상을 '매몰비용(sunk cost)의 오류'라고 지적했다. 이미 지불한 비용에 대한 불합리한 집착을 일컫는 말이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들어간 매몰비용이 아까워 사업 등을 포기하지 못하고, 혁신을 주저하고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다. 결국, '본전생각' 때문에 계속해서 손실을 감수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매몰비용의 오류다.
리처드 탈러는 뷔페식당에서 1만 원을 내고 들어간 사람과 무료 식사권을 갖고 들어간 사람 중에 누가 더 많이 먹을까를 실험했다.
그 결과 두 그룹 간 음식 소비량에 상당한 차이가 났다. 돈을 내고 들어간 그룹은 나중에 배탈이 날 지언정,음식 한 접시당 평균비용(1만원÷비운 접시수)을 낮추려는 듯 최대한 많은 접시를 비웠다.
분모(비운 접시수)가 커질수록 평균비용은 떨어지기에 뷔페식당에 지불한 1만 원은 이미 돌려받을 수 없는 매몰비용이라는 점을 잊고서 접시당 한계효용이 0이 될 때까지 먹고 또 먹었다.
본전 생각 때문에 과식을 하고 배탈이 나서 약값이 더 들어가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인간에게는 어떤행동을 할 때 적자로 마감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심리적 회계(mental accountiing)'라고 한다.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Richard H. Thaler)교수의 심리적 회계 개념에 따르면 사람들은 머릿속에 이득과 손실을 계산할 때 상황이나 쓰임새에 따라 각기 다른 계정을 따로 둔다는 것이다.
홍대상권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던 A씨가 찾아왔다. 5평 매장에 월 임차료가 350만 원으로 계속 된 적자로 3개월만에 문을 닫은 것이다. 필자는 손실을 줄이는 방법으로 폐업을 권유했다.
하지만 A씨는 권리금 1억5000만 원 주고 들어간 매장으로 문을 닫은 뒤에도 권리금을 받으면 복구된다는 생각에 1년 간 임차료를 지불하고 버텼다. 결국 더 큰 손실로 이어졌다.
본전을 생각하면 아까워서 빠져나오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지혜로운 선택을 하려면 본전 생각을 버려야 한다.
매몰비용과 달리 선택할 때마다 생각해야 하는 비용이 있다. 바로 기회비용이다. 사전적으로 기회비용이란 하나의 재화를 선택했을 때 그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것 중 가장 큰 것의 가치를 말한다.
여러 대안들 중 하나의 대안을 선택할 때 선택하지 않은 대안들 중 가장 좋은 것, 즉 차선의 가치를 말한다
경제학에서는 매몰비용을 고려한다면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고 한다. 매몰비용을 염두에 두지 말고 현재와 미래의 비용과 이익을 고려한 합리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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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헌 기자 ( K창업연구소 소장 ) 다른글 보기 bizidea@hanmail.net# 태그 통합검색